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26학년도 대입에서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기재된 수험생 3,609명 중 무려 3,361명, 즉 93.1%가 불합격했다는 통계를 처음 접했을 때입니다. 가해학생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막상 교무실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그 숫자가 단순한 '퇴출'이 아니라 교육 자체의 붕괴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불합격 통계로 본 학폭 대입반영의 실상
일반적으로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대입 반영은 "심각한 가해자만 걸러내는 장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데이터를 들여다봤더니 그 인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상당했습니다.
2026학년도 대입은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수시·정시·추가모집을 불문하고 모든 전형에 의무 반영한 첫해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형별 불합격률은 추가모집 98.1%,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98.6%, 논술전형 98.5% 순으로 집계되었습니다(출처: 한겨레).
여기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란 내신 성적뿐 아니라 교내 활동, 세부 특기사항, 교사 추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으로, 학교생활 전반의 기록이 입학 여부를 결정짓습니다. 학폭 조치사항이 이 전형에서 98.6%의 불합격률로 이어졌다는 것은, 사실상 학폭 처분 기록 하나가 4년간의 학교생활을 통째로 무효화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량평가(Quantitative Evaluation)를 적용한 대학이 전체 152개교 중 115개교(75.7%)에 달했습니다. 정량평가란 조치 수위에 따라 사전에 정해진 점수를 기계적으로 감점하는 방식입니다. 고려대는 1~20점, 계명대는 2~100점, 강원대는 총점의 5~30%를 감점했습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의 말처럼 대입은 소수점 이하로 당락이 갈리는 구조인데, 이 감점 폭은 사실상 지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수준입니다.
- 학종·논술전형: 불합격률 98% 이상 — 사실상 지원 자격 제한과 동일한 효과
- 정량평가 적용 대학 115개교(75.7%) — 감점 폭이 당락을 사실상 결정
- 연세대는 일부 전형에서 학폭 처분 학생의 지원 자체를 제한
- 서울대는 해당 기록 보유 수험생 지원 없어 집계 미포함
사법화된 교실과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
제가 교직에 몸담으며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아이들의 갈등을 풀어내는 일이 얼마나 섬세한 과정이냐는 겁니다. 그런데 학폭 처분이 곧 대입 탈락으로 직결되면서, 그 섬세한 과정이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절차가 엄격해지면 피해학생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실제로는 반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학폭위란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하고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는 공식 기구입니다. 그런데 대입과 직결된 이후, 처분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한 가해 측이 소송이나 집행정지 신청으로 입시가 끝날 때까지 절차를 지연시키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집행정지 신청이란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처분의 효력을 잠시 멈춰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제가 직접 목격한 사례에서,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동안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은 같은 교실에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 시간이 피해학생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더 심각한 건 맞폭 신고의 급증입니다. 맞폭 신고란 신고를 당한 측이 피해자 지위를 선점하거나 처분을 희석하기 위해 맞불 신고를 제기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소한 말다툼도 양측 학부모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증거 수집에 나서는 광경이 학교에서 낯설지 않아졌습니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법무법인 에셀 홍민정 변호사는 "가해학생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 시간을 끄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피해학생의 회복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습니다(출처: 한겨레).
제가 보기에 이 제도의 가장 치명적인 모순은 경제력 있는 가정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절차를 지연하거나 감경받는 반면, 법적 대응 여력이 없는 취약계층 학생은 아무런 방어권 없이 가혹한 입시 불이익을 그대로 떠안는다는 점입니다. 응보적 처벌과 입시를 기계적으로 연결한 현행 방식은 오히려 사법 격차를 심화하고 있습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김승호 교사가 제안한 방향이 제 생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처분 이후 가해학생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관계 회복에 노력했는지를 교육적으로 살펴 감경할 수 있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경로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회복적 정의란 범죄나 갈등을 처벌 중심이 아닌, 피해자 회복과 가해자의 진정한 책임 이행을 중심으로 해결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학교가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어야 진짜 교육이 살아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학교폭력 처분을 받으면 무조건 대학에 못 가는 건가요?
A. 법적으로 지원 자격이 완전히 박탈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2026학년도 실제 데이터를 보면 처분 기록이 있는 수험생의 93.1%가 불합격했습니다. 정량평가 방식으로 수십 점을 감점하는 대학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합격이 극히 어려운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기록이 있어도 지원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데이터를 직접 확인해보니 그 여지는 매우 좁습니다.
Q. 맞폭 신고를 하면 처분을 피할 수 있나요?
A. 맞폭 신고로 처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양측이 모두 피해자를 주장하면 학폭위 심의가 복잡해지고, 처분 수위가 낮아지거나 절차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진짜 피해학생이 보호받지 못하고 2차 가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며, 제가 직접 목격한 현장에서도 이 부작용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Q. 집행정지 신청을 하면 학폭 처분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나요?
A.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처분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멈춥니다. 이 기간 동안은 처분 기록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송에서 패소하면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 있고, 법적 절차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경제력 있는 가정에만 실질적인 대응 수단이 되는 구조적 불평등 문제가 있습니다.
Q. 학폭 처분 후 반성하면 감경받을 수 있나요?
A. 현행 제도에서는 처분 이후의 반성이나 관계 회복 노력이 대입 감점에 반영되는 공식 경로가 없습니다. 일부 대학이 정성평가를 적용하지만 전체 152개교 중 41개교(27%)에 불과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부분이 현 제도의 가장 큰 공백이며, 회복적 정의 개념을 도입한 감경 경로 마련이 시급합니다.
결론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대입 의무 반영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분명한 의지에서 출발했고, 그 방향 자체를 틀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교실 현장은, 이 제도가 의도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93.1%의 불합격률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교육적 해결의 가능성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신호입니다.
피해학생을 진짜로 보호하려면 가해학생을 빠르게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처분 이후에도 반성과 회복의 경로를 열어두고, 그 노력을 제도가 인정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응보적 처벌과 대입을 기계적으로 연결한 현행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회복적 정의 원칙을 교육 현장에 실질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보완책이 서둘러 마련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