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오히려 대입에 유리하다는 말, 정말일까요.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표정을 마주하면서 저는 이 질문이 더 이상 가설이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전국 고교 학업중단자 10명 중 7명이 질병도, 학교 부적응도 아닌 '기타 사유'로 교문을 나섰다는 통계는 교단에서 제가 매 학기 목격하는 비극의 공식 수치입니다.

내신 초기화, 아이들이 믿는 '리셋 버튼'의 실체
일반적으로 자퇴는 학교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상담해 본 경험상 이건 꽤 다릅니다. 상담실을 찾아오는 아이들은 성적표를 손에 쥐고, 입시학원 컨설팅 자료를 보여주며, "계획적으로" 자퇴를 묻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26년(2025학년도) 기준 전국 고교 학업중단자는 2만6,841명이며, 이 중 기타 사유 자퇴생은 1만9,070명으로 전체의 71%에 달합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교육계가 이를 '전략적 자퇴'로 분류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고 1~2학년 초반 내신 성적을 확인한 뒤, 이를 버리고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으로 직행하는 경로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내신 초기화'란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겨진 내신 등급 이력을 사실상 무효화하기 위해 자퇴 후 검정고시 응시 루트를 밟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1학년 때 3~4등급을 받으면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해 학교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것입니다. "선생님, 지금 학교 남아서 비교과 챙길 시간에 수능 문제 하나 더 푸는 게 의대 합격 확률이 훨씬 높대요"라며 컨설팅 표를 내밀던 제자의 눈빛은, 결연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했습니다.
- 전략적 자퇴 주요 경로: 고1 내신 확인 → 자퇴원 제출 → 검정고시 응시 → 수능 준비 → 정시 지원
-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교과 성적 외 비교과 활동·세특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전형으로, 자퇴 후에는 사실상 지원 불가
- 학생부교과전형(교과): 내신 등급을 주요 기준으로 반영하는 전형으로, 전략적 자퇴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트리거
- 내신 5등급제: 기존 9등급 체계에서 변경된 절대평가 방식으로, 상위 10%가 1등급을 받는 구조
학군지 쏠림, 부산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된 전략적 자퇴 현상이 지방 학군지에는 도달하지 않았을 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부산에서 일하면서, '우리 지역은 아직 다르다'고 믿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치는 냉정했습니다.
부산 전체 자퇴생 1,316명 가운데 기타 사유로 분류된 학생은 919명으로 69.8%를 차지합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지역별 분포입니다. 해운대구 142명, 남구 118명, 동래구 111명, 부산진구 110명, 금정구 89명, 이른바 부산의 전통적 교육특구 5개 구에 전체 자퇴생의 62%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강남 3구에 전략적 자퇴생의 30%가 몰린 것과 구조적으로 판박이인 양상입니다.
여기서 '학군지 쏠림'이란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 인프라가 집중된 특정 지역에서 전략적 자퇴 선택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지역 학생들은 정보력도 높고 컨설팅 접근성도 뛰어나다 보니, 불안 마케팅에 더 빠르게 노출됩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것은, 문제의 진원지가 사교육 시장의 '1등급 만능주의' 조장이라는 점입니다. 내신 5등급제 개편 초기, 입시업계 일부에서 "한 번이라도 등급이 꺾이면 인서울 상위권은 끝"이라는 과장된 불안을 유포한 것이 아이들의 섣부른 선택을 부추겼다고 봅니다(출처: 국제신문).
공교육 이탈, 개인의 손해이자 제도의 실패
학교를 그만두면 입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짚어야 할 지점입니다. 수능 성적만으로 대입을 치르겠다는 계획은, 현실 입시 구조 앞에서 생각보다 훨씬 좁은 길입니다.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허정은 센터장이 지적했듯, 서울 주요 대학뿐 아니라 부산대 등 거점국립대학교도 정시전형에서 수능과 학생부를 함께 반영하는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여기서 정시전형이란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중심으로 대학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전형인데, 최근에는 수능 100% 반영이 줄고 학생부 교과나 서류를 일부 반영하는 구조로 바뀌는 대학이 늘고 있습니다. 즉, 자퇴 후 학생부를 포기하는 순간 정시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는 구조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교육 당국의 대응도 제가 보기엔 아직 역부족입니다. 자퇴 숙려제란 학생이 자퇴 의사를 밝혔을 때 즉시 처리하지 않고 일정 기간 상담과 숙려 과정을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Wee센터 연계와 함께 운영되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미 입시 컨설팅을 통해 로드맵을 완성해 온 학생과 가정을 상담 한두 번으로 설득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한편 검정고시 제도는 본래 교육 기회를 놓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현재는 고소득 학군지 상위권 학생들의 내신 세탁용 입시 우회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본래의 취지가 완전히 뒤집혔다고 봅니다. 이를 강제로 막는 것은 어렵지만, 검정고시 출신자 비교내신 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대학 입시에서 학업 이력 공백에 대한 엄격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1 내신이 망했으면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는 게 진짜 유리한가요?
A. 일반적으로 수능에만 올인하면 정시에서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서울 주요 대학과 거점국립대학교 다수가 정시에서도 학생부 반영 비중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학교를 포기하는 순간 학종·교과전형 지원 자격을 잃고, 정시 일부 전형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대입 선택의 폭이 스스로 좁아지는 구조입니다.
Q. 내신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 못 받으면 인서울이 정말 불가능한가요?
A. 이건 입시업계 일부에서 과장된 불안을 키운 측면이 큽니다. 내신 5등급제는 상위 10%가 1등급을 받는 구조이지만, 수시에서는 수능 최저 충족이나 비교과 역량으로 역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초반 성적 한 번으로 학교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Q. 자퇴 숙려제가 있다는데 그게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자퇴 숙려제는 자퇴 의사를 밝힌 학생에게 일정 기간 상담과 재고 기회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Wee센터 연계도 병행되고 있지만, 이미 입시 컨설팅을 통해 자퇴 계획을 완성한 가정에는 실질적인 제동 장치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은 교육 당국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Q. 부산에서 전략적 자퇴가 특히 많은 지역은 어디인가요?
A. 해운대구·남구·동래구·부산진구·금정구 5개 구에 부산 전체 기타 사유 자퇴생의 62%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은 부산의 전통적인 교육특구로, 사교육 밀집도가 높고 입시 정보 접근성이 뛰어난 곳입니다. 학군지일수록 불안 마케팅에 더 빠르게 노출된다는 점이 이 수치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전략적 자퇴는 개인의 무모한 선택이기 이전에 평가 체계와 대입 구조가 함께 만들어낸 제도적 산물입니다. 학교가 '패배자 수용소'로 전락하는 기형적 상황을 되돌리려면, 검정고시 비교내신 산정 방식 개편과 대입 전형에서의 학업 이력 공백 심사 강화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일선 고교에서도 초반 내신 성적의 실패가 전부가 아님을 아이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수시 역전 경로와 다양한 진학 지도를 조기에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17~18세의 찬란한 시간을 단기 득실 계산 앞에 통째로 내던지지 않도록, 교단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가겠습니다. 자녀의 자퇴를 고민 중인 가정이라면, 입시 컨설팅 자료 한 장보다 학교 진학부 교사와의 직접 상담을 먼저 권합니다. 대입 구조는 매년 바뀌고, 지금 유리해 보이는 경로가 2~3년 후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