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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안 좌초 위기 (정치적 셈법, 공정성 논란, 내신 풍선효과)

by 친절한 두선생 2026.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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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가 야심 차게 밀어붙이던 서·논술형 수능 도입과 전면 절대평가 개편안이 두 달 만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권 지지율 하락과 '수시 먹통' 사태가 겹치면서 추진 동력이 급격히 식었고,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예고된 수순"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무실에서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오래 갔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습니다.



두 달 만에 달라진 국교위의 태도, 정치적 셈법의 그늘

지난 8월 초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서·논술형 수능 도입을 공식화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입시에 손대서 칭찬받은 예가 없다"고 우려하자 "잘하면 칭찬받는다"고 되받을 정도였습니다. 옆에 앉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어렵지만 꼭 해야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뒤,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차 위원장의 발언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매우 신중하게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공론화가 부족한 상태"라는 말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입니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이던 대입 개편 시안(초안) 발표도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뚜렷한 정치적 셈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7월 4주차 51%에서 이달 2주차에는 취임 후 최저인 37%까지 내려앉았습니다(출처: 한국갤럽). 8월 2주차에는 긍정 44%, 부정 46%로 처음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는데, 공교롭게도 차 위원장이 개편안을 공식화한 직후부터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현장 피로도가 큰 개편안을 지지율 30%대 정권이 감당하긴 어렵다"는 평가는 교육계 안팎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봅니다. 교육 개혁은 정치적 추진 동력 없이는 버티기 힘든 구조인데,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교원단체·수험생·학부모 모두를 자극하는 '메가톤급' 개편을 밀어붙이는 건 어느 정권도 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요약: 국교위의 대입 개편 자신감은 두 달 만에 신중론으로 뒤바뀌었고, 그 배경에는 정권 지지율 급락이라는 정치적 셈법이 있습니다.

 

'수시 먹통'이 드러낸 공정성 논란의 민감도

지난달 11일 터진 '수시 먹통' 사태는 단순한 서버 장애가 아니었습니다. 수시 원서접수 마감 10분 전, 대입 원서접수 대행 업체 유웨이어플라이의 서버가 멈춰 서면서 정부가 마감 시간을 1시간 연장했습니다. 문제는 일부 대학의 수시 최종 경쟁률이 이미 공개된 상태에서 마감이 연장됐다는 점입니다. 경쟁률을 보고 지원 전략을 수정할 기회가 일부 수험생에게만 주어진 셈이었습니다.

입시 공정성(fairness in college admission)이란, 동일한 조건 아래 모든 수험생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규칙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번 사태는 그 전제 자체가 무너진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교무실에서 동료 교사들과 이 이야기를 나눴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온 말이 있었습니다. "원서 접수도 이 모양인데, 수십만 명의 논술 답안을 공정하게 채점하겠다고?" 서·논술형 수능 문항의 최대 걸림돌로 채점 신뢰도가 꼽혀 왔는데, 이번 먹통 사태는 그 우려에 실증적 근거를 하나 더 얹어준 꼴이 됐습니다.

채점 신뢰도(scoring reliability)란 같은 답안을 여러 채점관이 평가했을 때 동일한 점수가 나오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객관식과 달리 서·논술형 평가는 채점자마다 기준이 미묘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 50만 명 규모의 수능에서 이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은 현재 기술력과 행정력으로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중론입니다. 저도 매 학기 0.5점짜리 부분 점수 하나로 학부모 민원이 몇 건씩 날아오는 것을 직접 겪어온 터라, 이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잘 압니다.

요약: '수시 먹통' 사태는 입시 공정성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다시 확인시켜 줬고, 서·논술형 수능의 채점 신뢰도 문제에 대한 현장 우려를 더욱 키웠습니다.

 

교원단체 반발과 '빈손 국교위' 사이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등 주요 교원단체들은 지난 10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서·논술형 평가를 말하기 전에 고교학점제 혼란부터 해결하라"며 반대 입장을 일제히 밝혔습니다. 전교조가 고교 교사 1,4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70.4%가 서·논술형 수능 문항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이 변화를 두려워해서 반대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해석이 현장을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다과목 개설 부담,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적용 과목 확대에 따른 내신 산출 혼란 등으로 학교 현장은 만성 피로 상태입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 요건이 충족되는 제도로, 쉽게 말해 대학처럼 수강신청을 하는 고등학교 방식입니다. 이 제도가 채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뜯어고치겠다는 발상은 현장에서는 이중 부담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다고 국교위가 빈손으로 물러서기도 어렵습니다. 국교위는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의 반대를 뚫고 설치를 강행한 기구입니다. 위원장을 포함한 대통령 몫 위원 6명 중 현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임명됐습니다. 아무 성과도 없이 물러서면 '옥상옥(屋上屋)' 기구라는 무용론이 곧바로 불거질 수 있고, 그 정치적 책임은 여권이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옥상옥이란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다는 뜻으로, 불필요하게 겹쳐진 조직이나 기구를 비판하는 표현입니다.

아래는 이번 국교위 대입 개편 논의의 주요 찬반 구도를 정리한 것입니다.

  • 찬성 측(국민참여위원회 180명 숙의 토론): 내신 서·논술형 비중 확대 찬성 72.8%, 수능 서·논술형 도입 찬성 55.5%
  • 반대 측(교원단체): 고교 교사 70.4% 수능 서·논술형 반대, 고교학점제 정상화 우선 요구
  • 현장 우려: AI 채점 시스템 미성숙, 채점 공정성 담보 불가, 민원 폭증 가능성
  • 정치적 변수: 정권 지지율 37%(취임 후 최저), 청와대 정무 파트의 반대 기류
요약: 교원단체 70% 이상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교위는 체면 유지와 정치적 부담 사이에 끼여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입니다.

 

수능 대신 내신 손보기, 풍선효과의 경고

수능 개편이 막히자 내신 쪽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국교위가 구성한 국민참여위원회 180명의 숙의 토론 결과, 내신 서·논술형 비중 확대 찬성이 72.8%로 수능 서·논술형 찬성(55.5%)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주요 교원단체들도 "고교학점제 정상화를 위해 내신 절대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정치적 절충선으로서 내신 개편이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이 제가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란 학생의 성취 수준을 미리 정해진 기준에 따라 A~E 등급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상대적 서열보다 개인의 실력 도달 여부를 평가한다는 취지입니다. 취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내신 부풀리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학들이 대학별 논술·면접 고사를 대폭 확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사교육 시장만 더 키우는 풍선효과(balloon effect)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풍선효과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듯, 한 부분의 문제를 억누르면 그 압력이 다른 곳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이론적 우려가 아닙니다. 고교학점제 전환 이후 성취평가제가 적용되는 과목이 늘어나면서, 이미 일부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 성취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한다는 이야기가 교육계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내신 절대평가 범위를 더 넓히는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일 수 있습니다.

수능 등급 조정(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이나 일부 영역의 절대평가 전환처럼 비교적 충격이 작은 수능 조정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쪽이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역시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입시 전반의 공정성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어떤 조정을 내놓더라도 현장의 피로와 불신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요약: 수능 개편이 막힌 자리를 내신 손보기로 메우려는 움직임은 대학별 고사 확대라는 더 큰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논술형 수능 도입이 완전히 무산된 건가요?

A. 완전 무산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국교위는 AI 채점 시스템이 충분히 검증된 이후로 서·논술형 수능 도입을 미루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현재 지지율 상황과 현장 반발을 감안하면, 이번 정권 임기 내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Q. 수능 등급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면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등급 수가 줄어들면 동점자가 많아져 수능의 변별력이 낮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대학들이 수능 외에 학생부나 대학별 고사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학교 밖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Q. 내신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시 입시는 어떻게 되나요?

A. 내신 절대평가가 확대되면 내신 점수 간 변별이 어려워지고, 대학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체 논술·면접 전형을 늘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른바 풍선효과인데, 실제로 과거 내신 부풀리기가 문제가 됐을 때 대학별 본고사 부활 논란이 반복됐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한 인프라 준비 없이 내신 절대평가를 확대하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Q. 현직 교사들은 이번 개편 논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A. 제가 직접 겪어보니, 대부분의 현장 교사들은 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속도와 이 방식'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가 채 안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른 대형 변화를 떠안아야 하는 피로감, 그리고 매 학기 반복되는 공정성 민원 속에서 서·논술형 채점의 기준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불안이 반발의 진짜 이유입니다.

 

결론

이번 대입 개편 논의가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는 교단에 선 발걸음이 유독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교육의 백년대계가 정권의 지지율 곡선과 함께 오르내리는 모습은, 몇 년 주기로 반복돼 온 익숙한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리하면, 국교위가 내놓을 절충안이 무엇이든 고교학점제의 기초 인프라 안정화와 평가 공정성 신뢰 회복이 선행되지 않으면 또 다른 혼란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섣부른 내신 손보기보다 학교 현장이 먼저 숨을 고를 시간을 주는 것, 그게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달 말 발표 여부와 국교위의 최종 시안 내용을 지켜보면서 추가 분석을 이어가겠습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87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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