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이면 중3 학부모들의 고교 진학 고민이 절정에 달합니다. 그런데 올해 상담실 분위기는 유독 다릅니다. 내신 5등급제 도입으로 1등급 범위가 상위 4%에서 10%로 확대되면서, 그동안 특목·자사고 진학을 망설이게 했던 '내신 불이익' 공포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마주한 상담 현장에서도 이 변화가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내신 등급제 개편, 특목·자사고 진학의 부담이 정말 줄었을까?
올해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꺼내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제 자사고 가도 1등급 받을 수 있는 거 맞죠?"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대치동 학원가 설명회에서조차 '자사고 내신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훨씬 컸거든요.
내신 5등급제(성취평가제 연계 5단계 등급)란, 기존 9등급으로 나뉘던 내신 등급을 A·B·C·D·E 다섯 단계로 단순화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상위 4%만 받을 수 있던 1등급 구간이 상위 10%로 넓어진 것으로, 지난해 고교에 입학한 현재 고2부터 적용되며 2028학년도 대입에 처음 반영됩니다(출처: 뉴스1). 같은 성적대 학생들이 모여 있는 자사고에서도 최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 비율이 늘어난 셈이니, 진학을 망설이던 상위권 학생들 입장에서는 분명 달라진 환경입니다.
제가 상담 테이블에서 학생부를 함께 펼쳐 보면서 느끼는 건, 이 변화가 단순히 숫자 하나 바뀐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가 지적했듯 1등급 비율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같은 등급을 받는 학생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등급의 변별력이 옅어질수록 대학은 어디를 들여다볼까요? 결국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과목 이수 이력과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면접 같은 정성평가 요소의 무게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세특이란 교과 수업 중 드러난 학생의 탐구 역량과 태도를 담임·교과 교사가 직접 기록하는 항목으로, 학종에서 가장 핵심적인 평가 자료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심화·전문 교과를 다양하게 개설해 놓은 특목·자사고가 이 국면에서 유리해 보이는 건 당연한 흐름입니다. 세화고, 경기외고, 하나고 등이 10월 중 잇달아 입학설명회를 여는 것도 이 수요를 정확하게 겨냥한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교육 커뮤니티에는 "5등급제 도입되면서 자사고가 유리해졌나요"라는 질문이 넘쳐납니다. 그만큼 학부모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 1등급 범위: 기존 상위 4% → 내신 5등급제 적용 후 상위 10%로 확대
- 최초 적용 대상: 2024년 고교 입학(현 고2)부터, 2028학년도 대입에 첫 반영
- 평가 무게 이동: 내신 등급 변별력 감소 → 세특·면접·과목 이수 이력 중요도 상승
- 특목·자사고 강점: 일반고에 없는 심화·전문 선택 과목 개설로 정성평가에서 유리할 가능성
대입 전략, 기대감에 앞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상담실에서 눈을 반짝이며 "이제 자사고 가는 게 맞지 않나요?"라고 묻는 학생들을 보면, 솔직히 그 열의가 반갑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이 무거워집니다. 막연한 기대감과 실제 입시 현장의 온도 차이를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고교학점제(학생 개인의 희망 과목을 직접 선택해 이수하는 교육과정 운영 방식)가 전면 시행되면서 과목 선택의 자유도가 높아진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일반고에서도 학점제 취지에 따라 선택 과목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목·자사고만의 교육과정 프리미엄이 실제 대입에서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 검증된 적이 없습니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소장도 "특목·자사고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는 분명하지만, 내신 경쟁에서는 여전히 일반고가 유리하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출처: 뉴스1).
제가 가장 걱정스럽게 보는 부분은 바로 이겁니다. 2028학년도 대입은 내신 5등급제가 처음 반영되는 첫해입니다. 첫 입시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유형별 유불리를 예단하는 건, 지도도 없이 새 길로 접어드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사고 교실 안에서 상위 10% 밖으로 밀려났을 때의 내신 절망감과 정시 전략 재편 압박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무겁습니다. 제 경우엔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더 큰 그림으로 보면, 이 쏠림 현상 자체가 씁쓸합니다. 내신 9등급제의 과열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5등급제 개편의 취지가 현장에서는 오히려 고교 서열화를 고착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위권 학생들이 특목·자사고로 몰릴수록 일반고의 학업 생태계는 더 위축되고, 학생부 정성평가 인프라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원 배치와 선택 과목 개설 여건을 일반고 수준에서 실질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한, 입시 제도의 수치 조정만으로는 이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내신 5등급제 도입되면 자사고 내신이 일반고보다 유리해지나요?
A. 1등급 범위가 상위 4%에서 10%로 넓어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일반고보다 자사고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쉬워진 건 아닙니다.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집중된 자사고 안에서 상위 10%를 유지하는 건 여전히 만만치 않은 경쟁입니다. 내신 면에서만 보면 일반고가 여전히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Q. 2028학년도 대입에서 특목·자사고 출신이 학종에서 더 유리한가요?
A. 이 질문이 가장 핵심인데, 아직 아무도 확실히 모릅니다. 2028학년도 대입은 내신 5등급제가 처음 반영되는 첫 입시라, 실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특목·자사고의 세특·과목 이수 이력이 어느 정도 프리미엄으로 작용할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첫 결과를 보고 전략을 수정할 여유가 없는 지금 학년 학생들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고교학점제와 특목·자사고는 어떤 관계인가요?
A.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골라 이수하는 교육과정 운영 방식입니다. 이 제도 아래서는 어떤 과목을 얼마나 깊이 이수했는지가 대입 평가에서 중요해집니다. 특목·자사고는 일반고에 없는 심화·전문 선택 과목을 폭넓게 개설하고 있어, 학종 지원 시 과목 이수 이력에서 유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다만 일반고도 학점제 취지에 따라 선택 과목을 늘리고 있어 격차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Q. 세특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일반고에서도 좋은 세특을 받을 수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세특은 교과 수업 중 학생의 탐구 역량과 성장을 교사가 기록하는 항목으로, 학교 유형보다 학생 본인의 수업 참여도와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특목·자사고의 교육과정 인프라가 풍부한 건 사실이지만, 일반고에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며 깊이 있는 세특을 쌓은 사례도 많습니다. 학교 유형을 고를 때 세특 환경만 보기보다, 그 학교에서 아이가 스스로 얼마나 치고 나갈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내신 5등급제는 분명 특목·자사고 진학의 진입 장벽을 낮춘 변화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제도의 숫자 하나가 바뀌었다고 입시 판이 통째로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2028 대입의 첫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학교가 유리한지 확신할 수 없고, 그 불확실성 속에서 아이에게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은 어느 해와 다르지 않습니다.
세화고·경기외고·하나고 등의 설명회를 들으러 가시는 분이라면, 그 학교의 교육과정이 우리 아이의 성향과 얼마나 맞는지를 중심에 놓고 보시길 권합니다. 입시 유불리보다 아이가 3년 동안 그 환경에서 얼마나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그것이 가장 솔직한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