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10월, 교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교탁 위에는 사설 학원가의 족집게 예측집이 쌓이고, "이번엔 법 지문이 무조건 나온대요"라며 불안한 눈빛으로 달려오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되묻게 됩니다. 예측이 먼저냐, 기본기가 먼저냐. 평가원이 7개년 동안 보여준 출제 원리를 정확히 읽고 나서야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었습니다.

법 지문과 주제 통합 지문, 데이터가 말하는 것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법 지문이 매년 나온다"는 말이 사교육 마케팅 문구처럼 들렸거든요. 그런데 2022학년도부터 2026학년도까지 수능 독서 영역을 직접 분석해 보니, 5개 학년도 모두 예외 없이 법 관련 제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일정한 출제 기조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주제 통합 지문'이란 인문·사회·과학 등 두 가지 이상의 영역을 하나의 지문 안에서 아우르는 방식을 말합니다. 평가원은 이 형식을 통해 단순 암기가 아닌 개념 간 연결과 추론 능력을 묻습니다. 2021학년도부터 2027학년도까지 동일한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어(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출제 틀 자체가 크게 흔들리기 어렵습니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인문 계열 주제 통합 지문이 출제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6평과 수능이 동일한 주제 계열로 이어지는 경향이 관찰되어 왔기 때문에, 수능에서도 인문 기반 주제 통합 지문이 출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를 두고 "이 주제를 달달 외우면 된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접근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재를 예측하는 일과 그 제재를 읽어내는 능력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법 지문을 예로 들면, '법률 요건'과 '법률 효과'라는 개념 쌍이 지문 안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파악하는 훈련이 핵심입니다. 법률 요건이란 특정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을 뜻하고, 법률 효과란 그 조건이 충족됐을 때 법이 규정하는 결과를 의미합니다. 이 구조를 기출 법 지문으로 반복 훈련해두면, 낯선 지문이 나와도 논리 흐름을 잃지 않습니다.
- 2022~2026학년도 수능 독서: 법 제재 5년 연속 출제
- 6월 모의평가 인문 주제 통합 → 수능 동일 계열 출제 경향 존재
- 핵심 훈련: '법률 요건·효과' 구조 분석, 기출 반복
- 짝수 학년도엔 6평·수능 제재 순서 일치 경향, 홀수인 올해는 순서 변동 가능
고전소설·강호가사, 공백 갈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고전문학 파트를 지도할 때 제가 가장 경계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차피 EBS 연계니까 줄거리만 외우면 돼." 지난 7년간 수능 고전 소설이 모두 EBS 연계 작품이었다는 사실은 맞습니다(출처: EBS 수능특강·수능완성).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연계된 작품이 출제되더라도 지문에 실리는 대목은 대부분 수업 시간에 다루지 않은 장면이고, 결국 지문 안에서 인물 관계와 서사 흐름을 새로 읽어내는 능력이 당락을 가릅니다.
갈래별 출제 공백을 분석하는 일은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5번의 수능에서 영웅 소설이 꾸준히 출제됐고, 작년(2026학년도) 수능에는 판소리계 소설이 나왔습니다. 반면 가정 소설, 가문 소설, 애정 소설은 최근 출제 공백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정 소설'이란 부부·부모·자녀 간 가족 갈등을 중심 서사로 삼는 고전 소설 갈래를 가리키며, 『창선감의록』, 『현몽쌍용기』, 『반씨전』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입니다.
이 작품들을 준비할 때 줄거리 요약본에 의존하는 수업 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오히려 인물 간 갈등 구조, 서술자의 시각, 장면 전환 방식 등 텍스트 독해의 기본 단위를 작품 안에서 직접 훈련하는 편이 훨씬 단단합니다.
고전 시가 쪽에서는 지난 6년간 수능에서 가사와 시조가 세트로 출제되어 왔습니다. 특히 강호가사, 즉 자연 속에 은거하며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정서를 노래한 가사 작품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강호가사란 조선 시대 사대부가 벼슬에서 물러나 강호(江湖)에 머물며 자연 친화의 감흥을 읊은 시가 양식을 말합니다. 『면앙정가』, 『상춘곡』, 수능완성 수록의 『황강구곡가』가 올해 연계 가능성이 있는 네임드 작품으로 꼽힙니다. 제가 직접 수업에서 써봤는데, 이 작품들은 자연물에 부여된 상징과 화자의 정서 이동을 함께 정리하면 선지 판단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올해 수능 법 지문이 정말 무조건 나오나요?
A. '무조건'이라는 표현은 저도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2022학년도부터 2026학년도까지 5개 학년도 연속으로 법 제재가 포함된 것은 사실이고, 이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출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률 요건·효과 구조를 기출로 익혀두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Q. EBS 연계 작품은 줄거리만 외워도 되지 않나요?
A. 줄거리를 아는 것과 지문을 읽는 것은 다릅니다. 연계 작품이더라도 시험에 나오는 장면은 낯선 대목인 경우가 많고, 선지는 지문 안의 세부 표현을 근거로 판단해야 합니다. 배경 지식은 보조 수단이지, 읽기 훈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Q. 강호가사 대비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작품 암기보다 자연물의 상징, 화자의 정서 흐름, 대구·열거 등 표현 방식을 분석하는 연습이 효과적입니다. 『면앙정가』, 『상춘곡』처럼 EBS 연계 가능성이 있는 네임드 작품을 원문과 함께 읽으면서 장면별로 화자의 태도 변화를 직접 정리해 보는 방식을 권합니다.
Q. 6월 모의평가 제재가 수능에 그대로 반복되나요?
A. 완전히 동일한 제재가 다시 출제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주제 계열이나 갈래 배치에서 6평 기조가 이어지는 경향이 절반 가까운 학년도에서 관찰됩니다. 홀수 학년도인 올해는 제재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Q. 사설 예측집, 믿어도 될까요?
A.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측이 맞아도 지문 독해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시험장에서 무너집니다. 출제 경향 분석은 평가원 기출 데이터를 직접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고, 낯선 사설 모의고사에 시간을 쏟는 것보다 기출 기반 훈련이 안정적입니다.
결론
출제 경향 분석은 요행을 바라는 찍기가 아니라, 어떤 지문이 나와도 흔들리지 않도록 준비 방향을 잡아주는 심리적 안전판입니다. 법 지문의 논리 구조, 고전 소설의 인물 관계, 강호가사의 정서 흐름을 기출과 EBS 연계 작품으로 직접 읽는 훈련이 그 안전판을 만들어 줍니다.
다만 평가원이 언제든 갈래 안배나 제재 배치를 깰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배경 지식이 없어도, 낯선 텍스트 앞에서 스스로 읽고 판단할 수 있는 문해력이 수능 국어의 본질임을 저는 매년 교실에서 다시 확인합니다. 남은 기간, 예측보다 독해 훈련에 무게를 두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