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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진로교육포럼 (창업가정신, 실패자산화, 대입제도)

by 친절한 두선생 2026.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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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 학교에서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매년 진로 상담을 하면서 제가 마주한 현실은 그 말과 꽤 거리가 있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2026 서울진로교육포럼을 열고 창업가정신과 실패의 자산화를 화두로 꺼낸 지금, 그 구호가 교실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봤습니다.



도전하라는 말이 왜 교실에선 공허하게 들릴까

진로 상담 자리에서 아이들이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그거 하다가 내신 깎이면 어떡해요?" 저는 그 말을 수십 번 들었습니다. 낯선 과목을 권유해도, 색다른 동아리 활동을 제안해도, 아이들은 언제나 익숙하고 안전한 선택지 뒤로 물러섰습니다.

이게 단순히 겁이 많아서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행 고교 내신 체계는 상대평가 구조로 운영됩니다. 상대평가란 내 점수보다 남보다 몇 등인지가 등급을 결정하는 방식인데, 이 구조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이어졌을 때 만회할 기회가 구조적으로 닫혀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 학생의 교내 활동 기록 전반을 종합해 대학이 평가하는 입시 방식 — 은 이론상 도전 경험을 긍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학생들은 흠결 없는 서술을 요구받습니다. 실패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하면 어떻게 읽힐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학생들과 학종 대비 상담을 해봤는데, 아이들은 "실패 경험을 어떻게 강점으로 포장할까"를 고민하지,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그 간극이 저를 계속 불편하게 합니다.

요약: 상대평가 내신과 학종 구조는 학생들에게 실패를 감당할 여지를 주지 않아 도전을 구조적으로 억제하고 있습니다.

 

창업가정신이 진로교육의 핵심어로 떠오른 이유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7일 '제4회 2026 모두를 위한 서울진로교육포럼'을 개최합니다. 올해 주제는 '일과 삶이 재편되는 시대, 서울진로교육을 다시 묻다'이며, 논의의 중심에는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놓여 있습니다. 창업가정신이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도전과 실행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태도와 역량을 뜻하는데, 단순히 회사를 차리는 역량이 아니라 변화 앞에서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삶의 자세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이 진로교육의 전면에 등장한 데는 분명한 맥락이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3년 발표한 '미래직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초·중·고 재학생의 65%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World Economic Forum). 특정 직업 명칭을 외우고 그 진입 경로를 설계하는 방식의 진로교육은 이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저도 이 흐름에는 동의합니다. 제 경험상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힘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실패나 좌절 이후 심리적·기능적으로 다시 회복하는 능력으로, 고정된 직업 경로를 따라가는 힘이 아니라 경로 자체가 바뀌어도 다시 길을 찾는 힘입니다. 이것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이 학교여야 한다고 저는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포럼에는 서울대 오헌석 교수의 기조강연과 함께, 청년창업가·현직 교사·기업 관계자 7인이 참여하는 70분짜리 토크쇼가 마련됩니다. 학계, 학교, 산업계가 같은 자리에서 '도전과 실패를 어떻게 교육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형식 자체는 의미 있다고 봅니다.

  •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기회 포착과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적 태도
  • 회복탄력성(Resilience): 실패 이후 재기하는 심리적·기능적 능력
  • 주도성(Agency): 외부 지시 없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하는 역량
요약: 직업 지형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창업가정신·회복탄력성·주도성은 특정 직업 지식보다 근본적인 진로 역량입니다.

 

실패자산화, 구호가 현실이 되려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포럼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반갑기도 했지만, 곧 걸리는 지점이 생겼습니다. '실패를 자산으로'라는 말은 그 실패를 기록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받쳐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실패자산화(Failure-based Learning)란 실패 경험 자체를 학습 데이터로 삼아 역량을 키우는 교육적 접근으로, 심리적 안전감이 보장된 환경에서만 작동합니다. 지금처럼 0.1점 단위 서열화가 일상인 입시 구조에서 이 개념은 선언에 그치기 쉽습니다.

핀란드 교육부는 2016년 교육과정 개혁에서 '역량 기반 학습(Competency-Based Learning)'을 도입하고, 학생이 특정 역량 단위로 학점을 이수하는 방식을 확대했습니다(출처: Finnish National Agency for Education). 이 체계에서는 학생이 어떤 역량을 언제 달성하느냐보다 결국 달성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한 번의 실패가 졸업 경로 전체를 막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제가 이 사례를 꺼내는 이유는, 진로교육의 혁신이 담론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포럼에서 논의된 의견이 향후 서울시교육청의 진로교육 정책과 학교 현장 지원에 활용된다는 계획은 그 자체로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책의 방향이 선언에서 실제 학사 운영의 유연화와 대입 평가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학생들에게는 창업가정신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스펙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약: 실패자산화는 심리적 안전감이 보장된 평가 구조 없이는 작동하지 않으며, 제도 개혁 없는 담론은 새로운 스펙 부담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교사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제가 상담실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가장 무력하게 느끼는 순간은,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그 말이 입시 현실과 정면으로 충돌할 때입니다. "도전해봐,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근데 이건 생기부에 어떻게 표현할지 같이 생각해보자"고 해야 하는 이중성 속에서 저 스스로 분열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교실 안에서 실제로 해왔던 것들이 있습니다. 학기 초 프로젝트 수업에서 의도적으로 '실패 가능성이 있는 과제'를 설계하고, 결과물보다 과정 보고서를 더 비중 있게 평가했습니다. 아이들이 중간에 방향을 바꾸거나 계획이 틀어졌을 때 그것을 수업 안에서 공개적으로 복기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작은 시도였지만, 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실패를 은폐하는 대신 분석하는 태도를 조금씩 갖게 되는 것을 봤습니다.

이번 포럼이 현장 교사들에게도 의미 있으려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밝힌 것처럼 "학교 안에서 마음껏 시도하고 다시 일어서는" 구조를 실제로 만드는 학사 운영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교사 개인의 의지만으로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방식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포럼의 논의가 교사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전을 가르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으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요약: 교사 개인의 실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진로교육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선 제도적 학사 유연화와 평가 개혁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6 서울진로교육포럼은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A. 2025년 5월 27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 본청 1층 대강당에서 개최됩니다. 교원·학부모·진로교육 관계자 등 350명 내외가 참석 대상이며, 참가 신청은 5월 19일 오후 6시까지 포럼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행사 이후 영상은 유튜브 '서울시교육청TV' 채널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Q. 창업가정신 교육이 실제 입시에 도움이 되나요?

A.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교내 활동 중 주도성과 도전 과정을 기록할 경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상대평가 내신 구조에서 도전이 내신 하락으로 이어지면 만회 기회가 제한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창업가정신 관련 활동이 입시의 '스펙 쌓기'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평가 방식의 구조적 개선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Q. 회복탄력성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건가요?

A.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특성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역량으로, 교육적 개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실패를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수업 설계와 그 실패를 처벌하지 않는 평가 환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만으로는 형성되지 않으며, 실패 후 복기하고 재시도하는 과정을 구조화한 수업 설계가 핵심입니다.

 

Q. 핀란드처럼 역량 기반 교육을 한국에 바로 적용할 수 있나요?

A. 핀란드의 역량 기반 학습 모델은 오랜 기간 교원 전문성과 학교 자율성을 함께 높인 결과물입니다. 한국의 수능 중심 대입 구조와 상대평가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방법론만 이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점진적인 절대평가 확대, 대입에서의 과정 중심 평가 비중 확대 같은 제도적 조건이 선행되어야 현실성 있는 전환이 가능합니다.

 

결론

서울시교육청이 창업가정신과 실패자산화를 진로교육의 화두로 꺼낸 것은,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빠르게 재편되는 일과 삶의 세계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고정된 직업 경로가 아니라 주도성과 회복탄력성이라는 판단에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포럼의 논의가 담론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학사 운영의 유연화와 대입 평가 개혁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따라와야 합니다. 도전을 구조적으로 처벌하는 입시 체계를 그대로 둔 채 학생들에게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이번 포럼이 현장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실질적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9226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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