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를 칭찬했더니 "챗GPT가 써줬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생성형 AI가 교실로 파고든 속도는 교사로서 도저히 무방비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OECD PISA 2025에서 한국 학생의 읽기 점수가 515점에서 501점으로 급락한 지금, AI 교육 효과 논란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교실에서 직접 목격한 사고력 저하의 실체
과학 탐구 보고서에서 번뜩이는 문장을 발견하고 "이 생각을 어떻게 정리했니?"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해맑게 "제미나이가 써줬어요"라고 답하던 순간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자기가 제출한 문장의 의미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서늘한 무력감이 밀려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개인 경험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건,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초·중·고교 교사 6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교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항목은 'AI 사용으로 인한 기초 지식 경시'(4.9점)였고, '비판적 사고력 저하'(4.86점)가 바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출처: 경기도교육연구원). 여기서 비판적 사고력이란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옳고 그름, 사실과 의견을 스스로 구별해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능력이 AI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공통된 경고입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인지적 외주화입니다. 인지적 외주화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뇌의 역할을 외부 도구에 통째로 맡겨버리는 현상을 뜻합니다. 아이들이 AI가 출력한 텍스트를 검증 없이 자기 생각인 양 포장하는 행동이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편의 추구가 아니라,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포기하는 습관이 굳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AI가 뱉어낸 결과물을 복붙하고 높은 점수를 받는 경험이 반복되면, 검증하고 논박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할 이유를 학생 스스로 찾기 어려워집니다.
- 교사 우려 1위: AI로 인한 기초 지식 경시 (7점 척도 중 4.9점)
- 교사 우려 2위: 비판적 사고력 저하 (4.86점)
- 교사 우려 3위: 학생의 과도한 AI 의존 (4.72점)
AI 과의존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 데이터로 보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AI를 쓴다고 성적이 무조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OECD가 PISA 2025에서 분석한 결과는 이 지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출처: OECD PISA). 과제를 초안부터 AI에 전적으로 맡기는 그룹의 경우, AI를 거의 쓰지 않는 학생 평균이 509점인 반면 AI를 주 1~2회 쓰는 학생은 489점으로 약 20점이 낮았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학생은 481점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그룹은 달랐습니다. 월 1~2회 사용 시 495점, 주 1~2회 사용 시 501점으로 오히려 성적이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할루시네이션이란 AI가 사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틀리거나 없는 정보를 생성해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증을 건너뛰는 이유가 무엇인지, 세종시의 한 고교생이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입시는 시간 배분 싸움이고, AI가 시간을 절약해주는 도구인데 검증하다 보면 그 절약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머릿속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을 탓하기 전에, 검증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고부담 평가 구조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핸드셰이크 AI 리서치 연구팀이 23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는, AI 과외와 인간 과외 교사의 학습 효과가 통계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AI 그룹은 13.9%포인트, 인간 교사 그룹은 15.6%포인트 점수가 올랐습니다. 문제는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어떤 방식으로 교실에 들이느냐는 것입니다.
번거롭지만 제가 선택한 평가 혁신의 방향
결국 저는 온라인 게시판 과제 제출 방식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수업 시간 안에서 직접 손으로 핵심 개념 구조도를 그리게 하고, 동료 학생들과의 구술 문답과 즉석 토론을 통해 자기 언어로 검증해 내도록 평가를 재설계했습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순간, 그게 바로 AI가 써준 문장임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심화문해력(Critical Literacy) 개념도 이 과정에서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심화문해력이란 옳고 그름, 사실과 의견, 합리적 판단 여부를 스스로 구별해내는 고차원적 읽기 능력을 뜻합니다. 중학교부터 본격적으로 길러야 할 이 능력이, AI에 의해 초등 단계에서부터 무뎌지고 있다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수업 시간에 즉석으로 구조도를 짜고 발표까지 하는 과정 중심 평가를 도입하자 처음에는 아이들이 몹시 불편해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자 자기 말로 설명하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났습니다.
AI를 무조건 막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AI로 글의 구조도를 먼저 익히게 한 뒤 최종 평가에서는 AI 없이 직접 쓰도록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탁기가 나왔는데 손빨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비유처럼, AI 자체를 거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AI에 맡길 것과 학생이 직접 수행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가이드라인입니다. 초등 단계에서 AI 노출을 제한해 기초 문해력을 다지고, 중·고교에서는 AI 산출물의 오류를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과정 중심·대면 수행평가로 체질을 바꾸는 것, 그게 제가 지금 교실 안에서 매일 고민하는 방향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를 교육에 활용하면 무조건 성적이 떨어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OECD PISA 2025 분석에 따르면,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학생들은 월 1~2회 사용 시 495점, 주 1~2회 사용 시 501점으로 오히려 성적이 올랐습니다. 과제를 처음부터 AI에 전적으로 맡기는 방식일 때만 약 20점 이상 성적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결국 '얼마나'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핵심입니다.
Q. 초등학생은 AI를 아예 쓰지 않는 게 나을까요?
A. 전문가들은 초등 6학년까지는 AI 노출을 줄이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시기에 길러야 할 기초 문해력과 심화문해력, 즉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AI 과의존으로 무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의 기초가 이후 비판적 사고력의 토대가 됩니다.
Q. AI가 써준 과제를 제출한 학생을 어떻게 확인하나요?
A.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업 시간 내 구술 발표와 즉석 문답입니다. 자신이 제출한 내용을 자기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순간, AI가 대신 쓴 것임이 드러납니다. 저는 이 방식으로 수업을 재설계한 뒤 아이들이 점점 자기 말로 설명하는 힘을 되찾아가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Q. AI 할루시네이션 문제는 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심각한가요?
A. 학생들 대부분이 할루시네이션, 즉 AI가 사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틀린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간 절약을 위해 검증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검증할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고부담 입시 구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결론
생성형 AI의 교실 침투를 막을 수 없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AI에 맡길 영역과 학생이 반드시 직접 수행해야 할 영역을 명확히 나누는 일입니다. 제 경험상 그 경계를 교사 혼자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초등에서는 AI 노출을 제한해 기초 문해력을 다지고, 중·고교에서는 과정 중심·대면 수행평가로 전환하는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기술에 잠식당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사유 능력을 지켜내는 일, 그것이 지금 교실 안에서 제가 매일 치열하게 이어가고 있는 줄다리기입니다.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